[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서대웅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올해부터는 331개 공공기관 대한 사회적 역할 확대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앞선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은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해 경영성과와 효율성을 강조해왔지만, 반작용으로 공공기관 본연의 사회적 기능이 약화했다는 지적을 반영할 것이라는 평가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5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는 그동안 등한히 한 사회적 형평성이나 약자 배려 등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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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기관 활용법은 정권에 따라 180도 달라져 왔다. 기업적 성과와 공공성 추구라는 ‘두 마리 토끼’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는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앞선 문재인 정부 땐 공공 부문에서 주도적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에 지난 2017년 34만명 수준인 300여 공공기관의 직원 수는 5년 만에 43만명(2022년)으로 26% 늘었다.
다만, 채용과 사업 확대 등 공공 기능 확대에 부채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다양한 공공주도 사업이 시작되면서 2017년 495조 6000억원이었던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2022년 671조원까지 불어났다. 또 민생 경제를 위해 전기·가스·수도·철도 등 공공 서비스 요금 인상을 억제한 정책이 2022년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따른 충격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재무성과에 ‘올인’했다. 채용을 억제하고 기존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을 최소화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을 동원해서다. 또한 각 기관이 투자 지분을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해 재무 건전성을 높일 것을 유도했다.
이에 정부는 각 기관의 예산 배정과 직원 급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영평가의 지표·배점을 조정해 목표 달성에 나섰다. 이를테면 문재인 정부 땐 100점 만점 평가 중 사회적가치에 24점, 경영성과(업무효율+재무관리)가 10점을 부여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와 대조적으로 재무성과 관리 배점을 21점까지 높이고 사회적가치는 14점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관가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와 달리 ‘공공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공약에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와 주요 기관장·임원 임기에 이르는 관련 정책 전반의 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새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역시 연내 새 기준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새 정부는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적정 수준의 재무 관리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국회에 보고토록 하고, 재무성과 분석을 강화하는 등 내용 역시 담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공공기관 운영 과정에서 정책 기조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재무 건전성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역할을 이유로 공공기관이 적자를 감수하는 건 현 세대를 위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넘기는 일”이라며 “정부마다 정책 주안점이 다를 순 있지만, 기본적인 재무 건전성에 대해선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