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최근 국내 증시가 반등세를 나타내자 비상장주식의 상장 가능성을 내세운 기업공개(IPO) 투자사기가 성행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상장 임박’, ‘상장 예정’ 등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일반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하면서 “비상장주식의 ‘상장 임박’, ‘상장 예정’, ‘몇 배 수익’을 미끼로 한 IPO 투자사기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며 “비상장회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투자사기 목적의 조작된 미끼 정보일 가능성이 크니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비자경보는 소형 금융투자회사를 사칭한 불법 업체가 실체가 없는 비상장주식을 곧 상장이 임박한 것처럼 SNS, 인터넷 등 온라인 매체에 허위 정보를 배포하며 투자자에게 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발령됐다. 이들 업체는 일반투자자들이 검증하기 어려운 과장된 사업 내용과 몇 배 상장 차익 가능 등 거짓 광고로 투자자를 현혹했다.
금감원에 제출된 민원서류 등을 종합하면 불법 업체들은 카카오톡, SNS 등에서 무료로 ‘주식 정보 제공 및 급등 종목 추천’ 등을 해주며 투자자를 유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저가에 미리 매입해 놓은 상장 예정인 비상장주식 1~10주를 투자자 증권 계좌에 무료로 입고한 뒤 소액의 투자 성공 경험을 제공해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그 이후 비상장사인 ‘A’ 회사 주식을 매집한 뒤 상호가 유사한 실체 없는 ‘A 생명과학’ 회사의 허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블로그와 인터넷 신문사 등에 조작된 IR 자료와 허위 홍보성 자료를 대량 게재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현혹했다. 이들은 A 생명과학의 IR 담당 임직원으로 가장해 투자 문의 등 유선 연락에 응대하기도 했다.
불법 업체들은 카카오톡, SNS 등으로 ‘A 생명과학의 상장 임박’과 ‘상장 실패 시 재매입 약정 체결’ 등을 미끼로 주식 매수를 유도했다. 여기에 상장 예정 주식 매수를 권유하면서 상장 실패 또는 상장 후 주가가 기대수익에 미달할 시를 대비해 풋백옵션(환매청구권)으로 재매입을 약정해 준다며 투자위험이 최소화된 안정적인 투자라고도 강조했다.
불법 업체들은 A 생명과학 회사 주식 매수 신청자에게 상호가 유사한 A 회사 주식을 투자자의 증권 계좌로 선(先) 입고하고, 증권 계좌에 입고된 A 회사 주식을 A 생명과학 회사 주식으로 착각한 투자자는 불법 업체가 안내하는 대포통장으로 주식 매수 대금을 이체하면서 사기 행위가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A 회사 주식을 입고하는 행위는 투자자들에게 정상 거래로 믿게 해 추가 투자를 유도할 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불법 업체는 제3의 투자자로 위장해 투자자가 소유하고 있는 A 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겠다며 접근해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오인케 한 뒤 거액의 재투자를 유도한 뒤 이를 가로채고 잠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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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감독원) |
금감원은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매체에서 ‘상장 임박’, ‘상장 예정’ 등을 미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비상장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행위는 무조건 사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SNS 등에서 주식매수를 권유한다면 사전에 증권신고서 등의 공시 의무가 부여되므로 DART에서 공시 서류가 조회되지 않으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제도권 금융회사는 일대일 채팅방, 이메일, 문자로 유인해 개별적으로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는 점 △비상장회사에 대한 정보는 허위·과장된 정보일 수 있으므로 회사와 사업의 실체에 대해 투자자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블로그·인터넷 기사 등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모든 정보는 허위로 조작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선입고·후결제 및 실제 소액 투자 성공 경험을 제공하고 투자자와 신뢰를 쌓은 뒤 거액의 재투자를 유도해 금전을 가로채는 등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는 추세”라며 “비상장주식 투자 시 소비자 유의사항 등을 반드시 숙지해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