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높아져 신흥시장 주식·채권·통화 모두 긍정적 영향을 받겠으며, 특히 한국 주식과 원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벤 루크(Ben Luk) 스테이트스트리트 마켓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는 17일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미국 기술주 긍정적 전망…EPS, 시장 200배”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자산 시장 인텔리전스를 활용해 투자자 행동 패턴, 리스크 분석, 실시간 물가변동 현황 등을 분석한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루크 전략가는 스테이트스트리트에서 글로벌 마켓의 전술적 자산배분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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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스트리트 마켓의 벤 루크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가 17일 라운드테이블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성수 기자) |
루크 전략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분석한 결과 아직은 위험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급하게 금리인하를 단행할 필요가 없으며, 올해 두 차례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시장 전망이 한 차례로 조정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루크 전략가는 미국 국채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채수익률이 더 높아질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과거에는 주식·채권가격이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지금은 양(+)의 상관관계로 바뀌었다”며 “그 결과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충격에 대한 보상으로 2배 이상의 텀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주식에 대해서는 기술주 중심으로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기술주의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수준보다 200배 이상 높다”며 “우리 회사가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자산 중 하나가 미국 기술주”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7월에는 기술주에 대한 비중확대 정도가 1.6% 정도로 가장 높았다”며 “반면 올해 4월에는 0.1%로 하락했다가 최근 0.3~0.4%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로 기관 투자자들 대부분이 미국 기술주를 비중확대하고 있다”며 “반면 대만, 홍콩, 일본, 한국,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주식에 대해서는 비중축소를 하고 있는데, 단기적으로 이같은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크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져 신흥시장 주식, 채권, 통화가 모두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는 트럼프 정부 1기와 2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특히 그는 “신흥시장 주식, 외환, 채권 순으로 상승 여력이 높다”면서 “신흥시장 중에서 한국 주식을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본, 대미 무역흑자 줄여야…통화 강세”
루크 전략가는 “한국, 일본은 미국과 무역 협정을 가장 먼저 체결할 국가로 예상된다”며 “두 국가 모두 대미 경상수지 흑자 폭이 매우 큰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 대비 원화, 엔화가 강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 엔화 모두 주요 무역상대국 통화 대비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보면 20년 장기 평균 대비 원화는 평균적으로 18% 절하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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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스트리트 마켓의 벤 루크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가 17일 라운드테이블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성수 기자) |
구매력 평가(PPP)는 두 국가 간 통화 가치를 비교할 때, 각 통화의 구매력이 얼마나 다른지를 고려하여 환율을 조정하는 개념이다.
루크 전략가는 “미국 재무부는 한국이 잠재적인 환율조작국이라고 우려하고 있는데, 이같은 우려를 완화시키고 대미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화 가치가 상승해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의 3개월 후 전망치는 1330원, 올해 말 전망치는 1300원”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미국 기술주와 마찬가지로 한국 기술주도 강한 기업이익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로 15%를 예상하며, 신흥시장은 기업이익 상승 여력이 20% 정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국고채에 대해서는 중립적 시각을 유지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면 신흥시장 채권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재 한국 국고채는 이미 미 국채 대비 수익률이 낮다. 미 국채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아시아 채권의 매력도가 더 떨어지게 된다.
루크 전략가는 “흥미롭게도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보다는 채권을 더 본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같은 매수세가 지속 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이란 전쟁과 같은 중동 불확실성은 우리 회사의 자산배분 프레임워크에 반영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자산에서 중동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서 단기 충격에 그칠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와는 다르다”며 “글로벌 공급망이나 물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에서 영향을 받는 시장 규모도 작다”고 덧붙였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글로벌 수탁은행으로 수탁관리 자산 규모가 46조7000억달러(약 6경3661조원)가 넘는다. 이는 전세계 자산의 11.5% 규모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자산보관 및 투자 관리 서비스 △자산운용 △투자 리서치 △트레이딩 등 기관투자자를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국내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이 국민연금이다.
루크 전략가는 스테이트스트리트에 합류하기 전 JP모건 자산관리에서 부사장 겸 글로벌 시장 전략가로 재직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로트만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 및 재무학 학사 학위를,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재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