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서울아파트 대거 수혜
野, 상속세 공제 10억→18억
서울 10곳 중 3곳 신규 혜택
대선땐 與, 총선땐 野 찍은
스윙보터 지역에 대상 집중
마래푸 59㎡ 배우자 상속때
상속세 6973만원→0원
與 “최고세율도 인하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 일괄 공제액을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액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10억원까지 상속세가 면제되지만 앞으로는 18억원까지 면제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번 상속세 개편은 조기 대선 시계가 가동되자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중산층’ 표심을 타깃으로 했다는 해석이 많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안에는 상속세 최고세율 하향 조정(50%→40%)이 빠졌다”며 반격에 나선 것도 비슷한 속내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 비율이 2020년 2.6%에서 2023년 6.9%로 늘어났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되는 중산층 표심을 염두에 둔 셈법으로 풀이된다.
21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30가구 이상 아파트 기준)의 93%인 519만4872가구는 시세 18억원 이하 아파트다. 지역별로 아파트는 서울이 80%(135만가구), 경기도는 98%(310만가구), 인천광역시는 99%(73만가구)가 18억원 이하다.
10억~18억원 아파트 비중은 서울이 압도적으로 높다. 서울의 경우 전체 가구 중 10억~18억원 아파트 비중이 30%(51만7563가구)를 차지한다. 경기도는 7%(24만6294가구), 인천시는 1.8%(1만3219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에서는 10억~18억원 사이 아파트가 중상급지에 집중돼 있다. 25개 자치구 중 상위 9개 자치구는 강동(5만2144가구), 송파(4만9297가구), 성동(3만8292가구), 동작(3만8177가구), 마포(3만5779가구), 강서(3만3103가구), 영등포(3만1287가구), 양천(3만344가구) 등이다. 강서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모두 20대 대선에선 국민의힘 지지세가 우세했고, 22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일부 또는 모든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력이 있다.
예를 들어 강동구는 지난 대선에서 6.8%포인트 차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앞섰지만, 지난 총선 때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강동갑)과 이해식 의원(강동을)이 여당 후보를 각각 2.24%포인트와 8.87%포인트 앞서며 당선됐다.
반면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10억~18억원 사이의 아파트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25개 자치구 중 하위 9개 자치구는 강북(1306가구), 금천(2464가구), 도봉(2648가구), 중랑(4353가구), 종로(4912가구), 관악(9459가구), 구로(1만537가구), 중(1만1048가구), 노원(1만1166가구) 등이다.
상속세 완화 카드를 꺼내 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24만7077표(득표율 0.73%포인트) 차로 졌다. 판세를 가른 건 서울 표심이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윤 대통령보다 31만766표 적게 받았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서울에서 대부분 이겼던 것과 비교하면 뼈아픈 대목이다. 민주당에서는 “집값 상승과 세금 부담을 키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는데, 이번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안대로 상속세법이 개정된다면 금융자산 등 기타 자산이 없다고 가정할 때 18억원 이하의 집을 배우자에게 상속하면 상속세가 전액 공제된다. 물론 금융자산이 함께 상속될 확률이 높지만, 주택 지분을 부부가 나눠 갖는 경우도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상속세 공제 혜택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1.2%에 달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게 의뢰해 세금 모의 계산을 해본 결과 금융자산 등 기타 자산이 없는 사망자가 시세 11억원에 달하는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59㎡)를 배우자에게 전부 상속한다면 현행 상속세는 6973만원이 나온다. 하지만 상속세법이 개정되면 내지 않아도 된다.
시세가 21억5000만원에 달하는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124㎡를 부부가 절반씩 공동 소유하고 금융자산 3억원을 가진 사망자가 배우자에게 전액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는 현행 1억3444만원이지만 법 개정 후에는 3분의 1 수준인 4462만원으로 줄어든다.
서울 중산층의 표심은 국민의힘에도 마찬가지로 절실하다. 상속세로 민주당에 선공을 당한 국민의힘은 내심 불편해하면서도 공제한도 상향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공제한도 확대 부분은 국민의힘도 얼마든지 논의할 생각”이라면서 “다만 근본적인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당이 최고세율 인하를 주장하는 배경은 전통적인 표밭인 강남 표심과도 관련이 있다. 서울 상급지인 강남(73%·9만3733가구), 서초(72%·6만5047가구)에서는 18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70% 이상이다. 야당 안대로 상속세 공제한도를 18억원으로 제한하면 이들 지역 민심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지역에서 상속세는 정부·여당의 상속세 개정안을 적용하면 세 부담이 훨씬 더 줄어든다. 정부·여당은 일괄 공제액과 배우자 공제액을 모두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고, 자녀 공제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