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필수소비재 등 경기 방어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주가가 조정받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어서다.
◇증권가 “상반기 조정 가능성”
국내외 증권가에선 한국과 미국 증시의 ‘상반기 조정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 공포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그러면서 향후 미국 경기 지표가 더 부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봤다. S&P500 등 뉴욕증시 각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5% 안팎 떨어졌다. 올해 선전해온 한국 증시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을 빼놓고선 이렇다 할 상승 여력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는 ‘성장주’에 베팅하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16일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순매수 금액은 6억9042만달러(약 1조원)로, 전체 1위였다. ICE반도체지수의 하루 등락폭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세미컨덕터 불 3X’(SOXL), 나스닥지수를 3배로 반영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TQQQ) 등도 순매수 상위권이었다.
이달 국내 증시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2차전지 제조업체인 삼성SDI(3623억원)였다. 삼성전자(반도체)와 두산에너빌리티(원전), 한화오션(조선) 등이 뒤를 이었다. 역시 경기 방어주는 아니다. 임해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술주가 조정받았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른 변동성 위험은 여전하다”며 “성장주보다 방어주 중심의 투자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외국인은 ‘방어형 포트폴리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전략은 개인투자자와 큰 차이가 난다. 경기 방어주와 이익이 견조한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이달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엔 크래프톤과 삼양식품이 이름을 올렸다. 두 종목 주가는 3월 횡보장에서도 각각 3.6%, 6.6% 올랐다. 음식료 종목은 전통적인 방어주다. 크래프톤과 같은 게임주는 실적이 쉽게 악화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더구나 증권가는 크래프톤 목표주가를 올리는 추세다.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와 신작 게임 효과로 역대 최대 매출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엔터테인먼트 업종도 경기를 잘 타지 않는 방어주다. 관세 우려가 없는 ‘수출주’인 데다 올해 실적 개선도 예상된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내수 중심의 방어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 엔터주를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미국 주식 투자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언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방어주로 꼽히는 월마트, 스미스필드 푸드, 알파벳, 도미노피자, 펩시코 등을 추천했다. 경기 변화에 둔감한 필수소비재가 향후 예상되는 변동성 장세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