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피 넘는다" 흥분한 개미들, 뭉칫돈 들고 '빚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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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증시 파죽지세에…개미들, 빚투 몰린다
코스피 3000선 눈앞에 신용거래융자 급증
연초 대비 신용융자잔고 1.2조 늘어
신정부 효과 속 관세 우려 완화 기대감
LG엔솔, 현대차 등 대형 수출주 매수 쏠려

  • 등록 2025-06-12 오후 5:01:53

    수정 2025-06-12 오후 6:29:25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코스피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돌파하고 3000선을 넘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및 경기 활성화 정책 수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관세 리스크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신용거래융자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출처=챗GPT)

“코스피 3000 넘는다” 전망에…신용융자 ‘쑥’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7242억원을 기록해 전월(5월9일, 17조5279억원) 대비 1조1963억원(6.8%) 증가했다. 연초(15조6823억원)와 비교하면 3조419억원(19.4%)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대출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고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날 기준 코스피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9468억원을 기록해, 전월(10조1462억원) 대비 8006억원(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선 7조3817억원에서 7조7774억원으로 3957억원(5.4%)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늘어난 것은 신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이익 제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 11일에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배당 촉진을 위한 세제 개편과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의 세부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우려가 정점을 지났다는 전망도 신용거래융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중국에 최대 145%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압박을 강화했지만, 무역 협상을 거쳐 30%(펜타닐관세 20%·기본관세 10%) 수준으로 상호관세를 낮추고, 최종적으로 55%의 대중(對中) 관세 적용을 시사했다. 이에 다른 국가와의 관세 협상 역시 애초보다 수위가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가장 큰 리스크 완화 요인은 관세 유예”라며 “관세율은 현재 유예 수준을 유지하거나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 경기 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오르며 2,920선으로 거래를 마친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점 매수 나선 개미들…매수 종목 봤더니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관세 여파에 주가가 부진했던 대형 수출주 위주로 저점 매수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5월9일~6월11일)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배터리 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었다. 순매수 금액은 275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매수 3위와 4위 역시 관세에 큰 영향을 받는 2차전지 및 자동차주 삼성SDI(006400)(1789억원), 현대차(005380)(1547억원)가 각각 차지했다. 이외에도 의약품 품목관세 적용이 우려되는 셀트리온(068270)(1324억원), 개인투자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SK텔레콤(017670)(2698억원) 등을 적극 매수했다.

당분간 신용거래융자 잔고 증가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구체화하며 하반기에도 코스피가 우상향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상법 개정안 통과의 속도와 내용, 추가 대기 법안의 현실화 여부에 따라 코스피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01배인 3100선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저평가 해소로 코스피가 2900선을 넘어선 상황에서 오버슈팅이 나올 수 있다”며 “특정 섹터의 쏠림보다는 순환매가 연장될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오름 폭이 작았던 수출 대형주와 코스닥 시장 위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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