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독주 막아라" 쏟아진 견제…애플이 꺼내든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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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메모리를 향한 글로벌 시장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이익이 정점을 지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데 이어 애플이 중국산 D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한국 메모리의 독주가 완제품 단가를 올리는 ‘칩플레이션’을 유발하자 글로벌 빅테크와 미국 당국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애플, ‘중국산 카드’ 만지작

Getty Images Bank·Ge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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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는 7일 6.92% 빠진 데 이어 8일도 6.25%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5.68% 떨어지며 21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K메모리 독주에 빅테크의 ‘제왕’ 애플이 반기를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여파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중국 시장에 판매할 아이폰 등에 넣을 목적으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제품 테스트에 들어갔다. 애플은 동시에 중국산 메모리 구매 승인을 얻기 위해 미 상무부와 긴밀히 접촉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 내 우호 세력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인상되자 애플이 CXMT라는 ‘제4의 선택지’를 공식화함으로써 단가 협상 주도권을 되찾아오려는 고도의 전략을 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 연방정부의 법적 규제 장벽은 첩첩산중이다. 미국은 2022년 통과된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CXMT 등이 생산한 반도체를 연방정부가 조달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제도는 내년 12월 23일부터 시행되지만 이를 거스르기 위해서는 의회의 수정 입법이 필수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자국 반도체 생산 확대를 최우선으로 내건 상황에서 중국산 메모리의 대규모 구입을 허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싸더라도 미국산을 써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칙이 빛이 바래는 데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야당에 강력한 공격 빌미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다.

◇ 트럼프발 통상 보복 우려

그런데도 국내 반도체업계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미국의 사법·통상 압박이 눈앞에 닥쳐왔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 및 중소기업은 최근 메모리 3사를 상대로 D램 가격 담합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메모리 3사가 과점적 지위를 악용해 범용 D램 공급을 인위적으로 축소해 단가를 폭등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큰 거시적 불확실성은 워싱턴발 통상 리스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메모리 합산 점유율이 60%가 넘는 현 상황을 두고, 미 행정부가 이를 무역 불균형과 자국 기업 침해라는 독점 상황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미 행정부가 한국 메모리 기업의 지나친 독점을 빌미로 생산 거점의 미국 강제 이전이나 추가 투자, 혹은 특허 및 핵심 기술 공유를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1980년대 미국이 미·일 반도체 협정과 환율 압박을 동원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석권한 일본을 침몰시켰던 사례와 닮았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번 전방위적 견제 움직임을 호황의 정점에서 마주한 구조적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불황 때나 단가를 낮추라는 압박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라며 “한국 메모리의 독점과 가격 폭등에 지친 글로벌 빅테크, 소비자들이 소송을 걸고 중국산 대체재를 찾는 등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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