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1일부터 HPC 기반 고성능 디지털 트윈 가동을 시작했다고 사내 공지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세계에 현실의 물리적 사물이나 시스템을 동일하게 구현해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복잡한 회로와 초정밀 부품이 집적되는 가전 및 정보기술(IT) 완제품 영역에 적용하면 제품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디지털 트윈 기술에 대규모 AI 연산에 특화된 슈퍼컴퓨터급 HPC를 결합해 시뮬레이션 역량을 높였다. 기기 발열, 낙하 충격, 전파 간섭 등 수많은 변수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새로 도입된 HPC 기반 고성능 디지털 트윈은 기존 서비스 대비 연산 속도를 약 5.8배, 가상 검증량을 약 6배 늘렸다. 기존에는 실물 시제품 제작과 반복 시험을 하던 것을 데이터 검증으로 대체해 제품 개발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효과는 바로 제품 개발 현장에서 나타나는 중이다. 기존 15일 소요되던 TV 낙하 검증은 2일로, 세탁기 낙하 검증은 15일에서 5일로 단축됐다. 특히 그동안 물리적 제약과 비용 한계로 수행하지 못했던 스마트폰의 ‘모든 각도 낙하 검증’도 가능해졌다. 하루 만에 700개의 낙하 케이스를 가상 공간에서 빠짐없이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가전, 통신장비 등 DX부문 주력 제품군 전반에서 사전검증 체계가 도입되면서 신제품 출시 주기가 단축되고 품질 신뢰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업계는 이번 삼성전자 고성능 디지털 트윈 가동을 엔비디아,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한 결과물로 보고 있다. HPC 서버 구축에는 엔비디아와 AMD 등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7만여 개와 고대역폭메모리(HBM) 60만 개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국내외 모든 생산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면 전환한다는 계획을 3월에 내놨다. AI가 현장을 이해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율화 단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조의 전 공정에 휴머노이드형 제조 로봇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가동한 HPC 서비스가 제품 ‘개발’ 단계의 디지털 트윈을 책임진다면, 향후 구축될 AI 자율공장은 ‘제조’ 단계의 디지털 트윈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HPC 서비스 도입은 디지털 트윈을 개발 현장에 정착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2030년 AI 자율 공장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트윈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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