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가 강남역 인근 용지를 감정가 대비 300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매입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삼성전자는 서초동 1325-21, 22의 대지(토지 면적 1586.1㎡)를 약 802억원에 낙찰받았다. 이는 감정가 486억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으로 차순위 입찰가보다도 215억원이나 더 높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고가 입찰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해당 용지는 삼성전자가 12년 전부터 소유 중인 땅과 인접해 있다. 삼성전자는 해당 용지와 맞붙은 두 개 필지(서초동 1325-23, 24)를 지난 2012년에 매입한 바 있다. 그동안 이 용지에는 스포츠센터 간판만 걸려있을 뿐 제대로 된 활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부동산 업계에서도 강남 핵심 상권에 대기업이 용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이번 경매를 통해 삼성전자는 이 일대 5개 필지 중 4개를 확보하게 됐다. 남은 한 필지는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서울시 소유 용지까지 확보한 후 대규모 개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소유 필지까지 매입할 경우 총 부지 면적은 6054㎡(1970평)에 이르게 된다. 이는 인근 삼성생명 서초타워와 맞먹는 규모다.
이와 함께 부동산 업계에선 그동안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던 강남역 서남쪽 용지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경매를 통해 확보한 땅 인근에는 ‘코오롱 용지’가 있다.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4301억원에 서초 스포렉스 토지와 건물을 4301억원에 매입했다. 스포렉스는 지하 2층~지상 5층 건물로 수영장과 볼링장, 헬스장, 탁구장,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복합 스포츠센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서초동 부지는 개발 시 사옥 기능뿐 아니라 타 부분의 신사업 활용 등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돼 매입을 결정했다”며 “해당 용지에 대한 상세한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과거 롯데칠성 공장이 있던 용지도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코오롱 용지와 인접한 이곳은 약 4만2000㎡에 달하는 땅으로 지난 1976년에 롯데칠성 공장이 세워졌다가 2000년에 공장이 이전된 뒤 현재 롯데칠성 물류 창고와 영업소로 사용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강남역 서남쪽 서운로 일대에 대대적인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태호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부동산원스톱센터 본부장은 “강남역 인근은 북쪽 지역을 시작으로 최근엔 동남쪽까지 개발이 활발했다”며 “그동안 개발 속도가 늦었던 강남역 서남쪽 지역은 최근 삼성전자와 롯데, 코오롱 등 대기업들의 용지 확보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