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시간에 맞춰 미리 설정한 조명이 켜지고 침실 커튼이 걷힌다. 예약한 커뮤니티 골프연습장을 방문해 운동하고, 세면대 수도꼭지(수전)가 고장 나자 스마트폰으로 수리 신청을 한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국내 아파트 단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건설사가 앞다퉈 스마트홈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홈플랫폼 ‘홈닉’을 선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다. 2023년 8월 출시한 후 여러 건설사, 아파트 관리업체와 제휴를 맺으며 적용 단지를 늘려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두산건설과 스마트 주거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27일 밝혔다. 다음달 분양할 예정인 경기 남양주 ‘두산위브더제니스 평내호평역 N49’를 시작으로 두산건설의 ‘위브’와 ‘위브더제니스’ 아파트 2만여 가구에 홈닉을 적용한다. 지난해 8월 HS화성의 ‘화성파크드림’과 ‘에크라’, 12월 한화 건설부문의 ‘한화포레나’에 이어 삼성물산이 다른 건설사 아파트에 직접 홈닉을 공급하기로 한 세 번째 사례다.
홈닉은 모든 주거 서비스를 스마트폰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조명·에어컨·난방을 켜고 끌 수 있는 홈 사물인터넷(IoT) 제어, 골프연습장·독서실·클래스 등 커뮤니티 예약, 관리비를 조회하고 민원을 넣는 디지털 관리사무소, 전기·수도·가스 사용량을 확인하는 기능, 단지 내 편의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스마트 주문 기능 등을 갖췄다. 집에 걸어둘 그림을 구입하고 인테리어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입주민끼리 와인, 등산, 골프 등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소모임 만들기 기능도 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에 처음 도입된 홈닉은 최근 5만여 가구가 사용하고 있다. ‘래미안 원펜타스’를 비롯해 서초구 반포 일대 프리미엄 단지에선 90% 넘는 가구가 홈닉에 가입했다. 2016년 준공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해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홈닉을 도입했다. 모바일 관리사무소 플랫폼인 ‘아파트아이’, 아파트 관리업체인 타워피엠씨와도 제휴를 맺어 다양한 브랜드의 기존 단지에 홈닉을 적용하고 있다.
다른 건설사도 스마트홈 플랫폼 출시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마이 힐스’와 ‘마이 디에이치’ 앱을 선보였다. 조명·가전기기 제어, 관리비 조회, 단지 내 강좌 예약 등 기능을 지원한다. GS건설은 ‘GS 스페이스’로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노인·장애인 특화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발했다. 홈네트워크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디바이스에 모아 목에 걸 수 있게 한 리모컨 모양의 ‘원클릭 스마트 스위치’가 그중 하나다. 침대나 휠체어에서도 가스를 잠그고 난방, 조명 등 가전기기를 쉽게 제어할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