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막으려 의무화 불구
경상환자 양한방 진단서 남발
정부 치료기간 제한등 추가규제
차사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진단서 발급 비용이 작년 한 해 26억원을 넘었다. 차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경상환자가 4주 초과 진료를 받을 때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했더니, 형식적으로 진단서를 남발하는 도덕적 해이가 늘어난 것이다. 의무 보험인 차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과잉진료를 차단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삼성 DB KB 메리츠 등 주요 4개 손해보험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자동차보험 진단서 발급 비용이 26억4035만원에 달했다. 2023년 15억원에 비해 75% 급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약 15억원에 달하는 진단서 발급 비용이 발생해 전년 동기 대비 2억원 이상 늘었다. 진단서 중 상당수는 4주 초과 진료를 위해 발급됐다.
2023년 시행된 자동차보험 대책에 따르면 경상환자가 4주 넘게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서 발급이 필요하다.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를 대상으로 일부 병원이 과잉 진료를 거듭하며 보험금 누수가 많아지자 일종의 제한책을 둔 것이다. 진단서 발급이라는 절차를 거치게 되면 병·의원과 한방병원에서도 양심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진료만 진행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제도 시행 첫해인 2023년에는 자동차보험에서 경상환자에게 나간 진료비가 전년 대비 1.9% 신장하며 직전 8개년도의 평균 증가율인 7.2%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이후 경상환자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 폭은 커지고 있다. 형식적으로 자동차보험 진단서만 발급하는 앙·한방 병원이 많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도 시행 이후 올해 6월까지 4주 초과 진단서를 발급받은 경상환자는 총 65만2417명인데, 그중 3회 이상 발급받은 환자는 25만9385명에 달했다. 경상환자 진료비의 증가를 일부 과잉진료가 견인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정부는 경상환자의 과잉 진료를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경상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공적심의기구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만 이 제도를 두고 대한한의사협회, 한국소비자학회 등에선 소비자가 적절히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정부는 또한 향후치료비의 경우 중상환자에게만 지급하도록 명확한 지급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