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로 징역 20년 형을 받고 잠적했던 남미 수리남의 데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수리남 대통령실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향년 79세.
찬드리카퍼사드 산토키 수리남 대통령은 성명에서 “오늘 아침 정부 관계자로부터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1945년 10월 13일 수리남 수도 파라마리보 인근 옛 사탕수수 농장에서 태어난 바우테르서는 1968년께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네덜란드로 떠났다. 당시 수리남은 네덜란드 식민 통치를 받고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군 생활을 한 그는 1975년 수리남 독립 당시 조국에서 복무했다.
바우테르서는 이후 1980년 쿠데타를 일으켜 1987년까지 사실상 통치하다 국제사회 압력으로 잠시 자리에서 물러났고, 1990년 2차 쿠데타로 1992년까지 재차 집권했다.
2010년 대선 당선 전까지 사업체를 운영하며 정계 막후 권력자로 군림하던 그는 2020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00년 네덜란드 법정에서 열린 궐석재판에서 마약밀매 죄로 징역 11년을 선고받은 바우테르서는 1982년 12월에 자신의 국정 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 언론인, 대학 교수 등 15명을 살해하는 데 직접 관여한 죄로 지난해 12월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았던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형 집행기관에 자진 출두하겠다”라고 거짓말한 뒤 잠적해 경찰 체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바우테르서 전 수리남 대통령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 등장하는 권력자와 비견되면서 한국에서도 한때 눈길을 끈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