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급여와 다른 치료비, 책임보험금에서 공제해야"…대법,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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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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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이 가해자 측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별도로 지급한 치료비의 공제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23일 근로복지공단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한 공단이 가해자 측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해 구상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가 이미 피해자에게 지급한 치료비를 책임보험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사고는 가해 차량이 퀵서비스 기사인 피해자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피해자에게 약 2576만원의 요양급여 등을 지급했다. 한편 가해자 측 보험사도 피해자에게 약 712만원의 치료비를 별도로 지급했는데, 해당 비용은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공단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해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고, 보험사는 이미 지급한 치료비는 책임보험금에서 공제돼야 한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사가 지급한 치료비를 별도로 공제하지 않고, 공단이 청구한 금액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치료비가 산재보험급여와 치료기간이나 치료항목을 달리하는 경우에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경우 해당 치료비는 보험자가 공단에 지급할 책임보험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존 판례를 들어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 영역에서도 보험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지 않은 지급금은 공제 대상이 된다는 법리가 확립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심이 보험사가 지급한 치료비가 공단의 보험급여와 중복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이를 손해액 산정 단계에서 일괄 공제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근로복지공단의 대위청구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판결을 파기했다. 아울러 원심이 상해 책임보험금과 후유장해 책임보험금을 구분하지 않은 채 청구금 전부를 인용한 점을 들어 사건 전부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산재보험급여와 민간 보험금 간 관계에서 '중복 여부'에 따라 공제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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