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진출기업, 인건비·물가 압박에
필요 중간재 59% 한국서 조달
“상호보완 산업구조, 무역흑자 원인”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최근 10년 간 양국 제조업 연계성이 높아진 때문이라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무역흑자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한미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를 미국 측에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13일 산업연구원은 ‘한국 대미 수출의 구조적 분석: 수지 불균형을 넘어선 산업 연계 구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대미 흑자폭 확대 원인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산 중간재와 자본재의 대미 수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제조업의 한국산 의존도가 증가한 것으로 평가했다. 산업연은 한국산 중간재와 자본재에 대한 생산탄력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산업연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기술(IT) 외 중간재의 생산탄력성은 1.28%포인트로 2016년 1.21%포인트 대비 상승했다. IT 중간재도 같은기간 0.38%포인트에서 0.58%포인트로 생산탄력성이 올랐다. 자본재는 2020년 1.05%포인트에서 지난해 1.10%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생산탄력성은 미국 생산이 1%포인트 증가할 때, 이에 따라 증가하는 한국산 수출의 비율을 의미한다.
산업연 관계자는 “우리 자본재와 중간재에 대한 미국 제조업의 생산탄력성 상승은 미국 제조업 생산과 한국의 중간재·자본재의 연계성이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최근 우리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가 활발히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대미 그린필드(공장·사업장을 직접 신·증설해 운영) 투자금액은 2014년까지만해도 4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24년에는 누적 13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2014년 1만 1101개사에서 2023년 1만 5876개사로 늘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 운영에 필요한 제품의 59%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는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물가로 인해, 진출 기업들이 국내 조달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산업연 관계자는 “한국산 중간재와 자본재는 미국 제조업 생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투입 요소로 기능해 왔다”며 한국의 대미 수출 확대는 미국 제조업과의 연계 속에서 그 실질적 역할이 재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