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고 해도 매물이 없어요"…일주일 만에 분위기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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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29 12:54 수정2025.03.29 12:54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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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집도 안 보고 거래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다시 지정된 후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겠다는 사람도 없지만 산다고 해도 보여줄 매물이 없어요.”(서울 마포구 A공인 관계자)

정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로 확대한지 1주일. 해당 지역 뿐 아니라 서울 부동산 전반이 숨고르기에 들어섰다. 4개구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해지자 매물이 줄었고, 매수자도 서두르지 않고 있다. 마포구, 성동구 등으로 수요가 퍼질 것이라던 풍선효과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에게는 시장이 차분해졌을 때 내집마련을 노려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매물 줄고, 가격 떨어져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28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 매물은 일주일 전보다 무려 19.0% 급감했다. 강남구(-8.8%), 서초구(-11.7%), 용산구(-8.6%) 등의 매물 감소도 가팔랐다. 4개구에서만 1주일 사이 3000개가 넘는 매물이 사라졌다.

급등하던 아파트 가격도 안정세를 되찾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지난 2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주일 전보다 0.01% 내렸다. 서울 아파트값(0.25%→0.11%)은 상승폭이 확 줄었다. 올해 초부터 급등세를 보인 송파구는 이번주 0.03% 내렸다. 13개월만에 하락전환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단기조정이 왔다”며 “예상보다 규제가 강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까지 다른 지역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개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마포구, 성동구 등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 풍선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포구와 성동구 역시 매물수와 거래량 모두 감소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동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면 비슷한 가격대의 옆 동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지만 구단위로 묶었기 때문에 수요가 이동하기 쉽지 않다”며 “마포나 성동구 아파트가 강남구 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의 대체제는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매수자 우위시장, 내집마련 기회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시장 상황을 보고 추가규제 예고까지 한 상황이라 지난달 같은 상승세가 재현되기는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규제에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거래를 확 눌러논 상황”이라며 “다음달 ‘압여목성(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갭투자가 아닌 실수요자들에게는 내집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다. 이른바 부동산 포모(FOMO·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에 휘둘리지 않고, 매수자 우위에서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함 랩장은 “전세금 정도를 가진 맞벌이 부부라면 이번 기회에 내집 마련을 해볼만 하다”며 “다만 지금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할 시기는 아닌만큼 모아둔 돈이 충분하지 않다면 분양 물량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거래가 안된다고 해서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으로 접근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세사기에 대한 부담으로 여전히 수요가 높지 않아서다. 윤 위원은 “아파트 수요를 규제한다고 해서 빌라나 오피스텔이 대체제가 되긴 힘들다”며 “다만 금리가 낮아지면 오피스텔의 투자수익률이 좋아지는 만큼 월세 수입 관점에서 접근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망세가 전반적인 하락세로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봤다. 양 수석은 "금리는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이고, 공급도 적고, 전세가격은 상승하는 등 가격이 떨어질 요인이 없다"며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긴 했지만 추세는 달라지 않았고, 내년까지 상승세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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