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검열 부활' 논란 부른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 결국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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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유해 음원 유통·확산 차단 취지
음원 유통업자에 사전 심사 책임 부여 추진
문화예술계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개정안 발의 2주 만에 철회 처리
김현 의원실 "의견 수렴 거쳐 보완" 입장

  • 등록 2026-07-21 오후 4:00:30

    수정 2026-07-21 오후 4:00:30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청소년 유해 음원 유통과 확산을 막겠다며 발의된 음악산업진흥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사전검열 부활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결국 철회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문화예술계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보완한 뒤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전날 모두 철회 처리됐다.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음반 등 유통업자가 음원을 유통하기 전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검사하도록 하고, 유해하다고 판단한 음원의 제작자가 청소년인 경우에는 유통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청소년에게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유해 음원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긴급 유통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식 심의 이전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음원의 처리 거부나 정지,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앞서 두 법안은 지난 6일 발의됐다. 이를 두고 문화예술계에서는 사실상 사전검열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현행 제도는 음원이 공개된 이후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여부를 심의하는 ‘선유통 후심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유통 이전 단계에서 유통업자에게 유해성 판단 책임을 부여하고 정식 심의 이전에도 유통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이미 헌법재판소는 1998년 음반과 비디오에 대한 의무적인 사전 심의를 검열로 판단하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그로부터 약 30년의 시간이 지난 2026년,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 모든 음반과 음원에 대한 사전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규정하는 시대착오적인 법안이 발의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두 법안은 혐오 대응을 핑계로 수십 년간의 투쟁으로 어렵게 몰아낸 사전 검열을 다시 불러들이는 자폭 행위”라며 법안 철회와 사과를 촉구했다.

문화연대는 지난 13일 공동 논평을 통해 “개정안은 혐오 표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대중문화에 대한 사전 통제와 검열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며 “이는 창작 활동을 위축시키고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며, 혐오의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대중문화라는 특정 영역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한계를 지닌다”고 비판했다.

(사진=문화예술노동연대)
(사진=문화예술노동연대)

전문가들 “현장 의견 충분히 반영한 제도 개선 필요”

결국 법안은 발의 2주 만에 철회됐다. 김 의원실은 문화예술계의 우려를 반영해 법안을 철회했으며,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법안을 보완해서 다시 준비하려고 철회한 것”이라며 “애초 검열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창작자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을 우려한 만큼 다양한 의견을 더 수렴해 보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해 인천에서 중학생들이 범죄를 조장하는 내용의 음원을 발표해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 서비스된 사례가 있었다”며 “결국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됐지만 음원이 유통되는 과정에서는 별다른 제동 장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음원 유통업계 일각에서 청소년이 유해 음원을 가져왔을 때 이를 거절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청소년 보호 장치를 마련하려던 취지였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제기된 만큼 내용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전문가들과 간담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대중음악 업계 전문가들은 유해·혐오 표현의 기준과 규제 주체를 명확히 하고,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개정안은 사전검열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실효성이 떨어지고 원칙도 모호해 허점이 많았다”며 “무엇을 유해·혐오 표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규정부터 다시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준이 막연한 상태에서 판단을 유통업자에게 맡겨선 안 된다. ”청소년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안을 찾아가는 절차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동환 한국음악연대협동조합 본부장 또한 ”일부의 의견만을 바탕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과 제도는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창작자와 제작사, 유통사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간담회를 거쳐 현실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산업을 진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창작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앞으로의 제도 개선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산업의 현실과 미래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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