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사업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내 사업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브랜딩, 널리 알리는 마케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 등 필요한 역량이 많겠지만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주변 도배사들을 보며 배운 것은 ‘기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인건비는 어느 수준으로 책정할지, 고객에게 견적은 얼마로 넣을지, 어떤 방법으로 작업할지, 내 순수익의 비중은 어떻게 할지, 난도가 높은 현장을 맡을지 등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때 기준이 없다면 매번 우왕좌왕할 게 분명하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선택은 없는 것 같다. 고수익을 기준으로 삼아 무조건 견적을 비싸게 제시하면 아예 일을 못 하게 될 수 있고, 그렇다고 견적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 적당한 가격으로 견적을 잘 넣어야 일을 맡을 수 있고 수익도 낼 수 있다.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를 깎고 내 이익만 챙기려 들면 사람들이 나와 함께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돈만 바라보다 사람을 잃을 수 있고, 인간관계만 신경 쓰다 돈을 벌지 못할 수 있다. 사람과 돈, 여러 가치들 사이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갈팡질팡하기 마련이다.
기준을 세웠다 하더라도 그대로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가도 누군가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면 마음이 약해지기도 한다. 기준을 지키기 위해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야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미움과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바로 서있지 않다면 이런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일이 자주 벌어질 것이다.주변을 둘러보면 초창기에 사업을 크게 키워 나가다가 금방 지쳐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처음에는 성공하기 어려울 듯 보이다가도 내실 있게 지속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자기의 소신과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비록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조금 더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결국 내게 주어진 숙제는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내가 세운 기준을 뚝심 있게 지켜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기준 또한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초심이 앞으로 내가 가는 길의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배윤슬 도배사 ‘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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