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포함한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후 청와대와 정부에서 원전 확대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력과 용수를 풀자”며 사실상 신규 원전과 댐 건설 추진을 시사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추가 원전 건설 여부를 조속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 2기, 울산 울주 새울원전에 2기 등 4기를 더 지을 수 있는 땅이 있다”며 호남 원전 신설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런 발언들은 원전 확대에 소극적이던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를 시사한다. 인공지능(AI)·반도체 시대에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폭발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는 순간적인 정전에도 치명적인 생산 차질이 생길 정도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AI 데이터센터까지 확충되면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6.3기가와트(GW)로 추산된다. 정부는 한빛원전(설비용량 5.9GW)과 태양광 발전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빛원전 1호기는 작년말 가동을 정지했고 2호기는 9월에 수명이 끝난다. 3~6호기도 2034년부터 차례로 설계수명을 다한다. 간헐성이라는 약점이 있는 재생에너지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한빛원전 가동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이 시급하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원전 가동 연장과 신설은 지역사회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향후 15년(2026~2040년)의 국가에너지 대계를 설계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메가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로드맵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원전을 기저 전력으로 삼고 재생에너지를 결합하는 실용적 에너지 믹스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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