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이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V(당시 윤석열 대통령) 지시라고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서 들었다”는 취지의 군 현역 장교의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한다. 당시 북한은 “전쟁 날 수 있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했는데 녹취록에는 이를 두고 “V가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고 한다” “11월에도 무인기를 보냈다. 무리해서라도 계속하려 하는구나 싶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은 이 녹취록이 계엄 발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과의 충돌을 유도한 증거라고 보고 윤 전 대통령의 조사 대상에 처음으로 외환(外患) 혐의를 적시했다고 한다.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사실은 지난해 10월 11일 북한이 공개해 알려졌고, 당시 정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계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명분용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번에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단서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계엄용 북풍 공작이었다면 군 통수권자의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다. 북한이 재발 시 보복을 경고한 상황에서 ‘무리해서라도 계속하려 했다’니 국지전이라도 났다면 어쩔 뻔했나.
평양 무인기 침투가 정당한 대북 공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황은 이미 나온 상태다. 경찰이 확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 후 대통령 주관 식사 때 비상대권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의 평양 침투 시점은 10월 초순으로, 시기적으로 인접해 있다. 만약 무인기 침투가 계엄을 염두에 둔 것이었고 북한과 모의한 정황까지 나온다면 대통령이 범한 외환죄라는 초유의 사건이 될 수 있는 만큼 의혹 하나하나를 가볍게 보아 넘겨선 안 된다. 노상원 수첩과 비상대권 발언, 그리고 무인기 침투 간의 연관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드론작전사령부는 계엄 이후 이 사건 관련 내부 자료를 폐기하고 무인기 로그데이터를 삭제하도록 한 내부 조항을 만들었다고 한다. ‘V가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는 녹취는 군 수뇌부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 통수권을 가볍게 휘두르는 대통령을 말리기는커녕 군이 대통령 심기를 살피며 위험천만한 불장난에 동조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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