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체포 과정서 '허점' 드러낸 법 체계, 서둘러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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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1.16 17:51 수정2025.01.16 17:51 지면A35

혼돈 정국 속에서 한국 법체계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비상계엄에 이어 대통령 및 권한대행 탄핵,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같은 사태를 거치면서 입법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법 시스템상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하면서 ‘의결 정족수’ 논란이 빚어진 게 시작이었다.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때 한 총리를 ‘국무총리’로 보고 국회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으로 의결 정족수를 확정할지, 대통령과 동일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를 기준으로 삼을지부터 이견이 불거졌다.

이견은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로 이어졌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옥신각신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오는 4월 ‘대통령 몫’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헌재가 다시 6인 체제로 돌아갈지, 대행이 후임자 임명을 할 수 있는지 등이 모두 안갯속이다.

법적 공백이 빚어낸 논란의 정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법적 공방이다. 공수처법이 정한 ‘고위공직자 범죄’에 ‘내란’은 빠져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수사를 고리로 내란 수사를 벌였지만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하는’(헌법 제84조) 대통령에 대한 수사·체포를 공수처가 강행하는 무리수를 이어갔다.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 부각된 ‘경찰 지휘’ 권한을 둘러싼 마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체포될지, ‘권한대행의 대행’이 나올지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 등을 입법할 때 가정하지 못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게오르크 옐리네크)처럼 법규가 지나치게 촘촘한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면서 상상도 못 한 일들이 속속 현실이 됐다. 정치권이 자신의 이해에 따라 이를 악용하고 있기도 하다. 혼란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제가 된 법 규정의 보완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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