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2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어올랐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석유류 물가가 21.9%나 급등한 탓이다. 물가 상승률 중 0.84%포인트가 고유가 몫이라는 분석이다. 재정경제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유류세 인하로 4월 물가상승률이 1.2%포인트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고했다. 최고가격제로 석유류 가격을 억누르지 않았다면 물가 상승률이 3%를 훌쩍 넘어 4%에 육박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가데이터처가 어제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국제항공료(15.9%), 자동차 엔진오일 교체료(11.6%), 세탁료(8.9%)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국제 유가 급등 여파가 국민 생활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0.5% 하락한 농·축·수산물도 생산 비용 증가로 상승 전환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수입·생산자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소비자물가는 더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은행도 이달엔 물가 오름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채 미국과 이란의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추가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쏟아진다. 글로벌 원유 재고량이 크게 줄어 위험 수위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달 말이 유가 상승의 ‘임계점’이며 각국의 비축유 방출로 버티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14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도 “전쟁이 5월에 끝나도 올해 에너지 가격이 24%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천장 뚫린 유가는 물가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성장은 전망치보다 낮아지지 않겠지만 물가는 크게 웃돌 것으로 보여서다. 해외 기관들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올렸는데 2.9%까지 높인 곳도 있다. 한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물가 안정인 만큼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때라고 판단되면 좌고우면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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