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과세수 주도권 놓고 부처 간 신경전,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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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둘러싸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벌써 주도권 다툼을 한다고 한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부처들이 국가적 과제를 앞에 두고 찰떡 공조의 협력 모습을 보여도 부족할 판에 권한과 영향력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인다니 국민 눈에는 볼썽사나울 수밖에 없다.

두 경제부처는 초과 세수 활용에 대해 각기 다른 구상을 하고 있다. 재경부는 ‘국부펀드’를 만들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는 쪽이고 예산처는 저출생, 산업전환 등 중장기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대응기금’ 조성을 하자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의 ‘국민성장펀드’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 강화와 혁신기업 육성을 강조하며 또 다른 입장이다.

각 부처의 문제의식 자체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와 인구구조 변화, 기술패권 경쟁 가속화라는 국내외의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장기 투자 재원을 마련할 필요도 있고, 미래산업 육성과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할 재정적 기반도 필요하다. 금융시장 경쟁력 제고로 민간 혁신을 뒷받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예상치도 못한 막대한 규모의 ‘반도체 횡재 세수’가 생기니 부처마다 자기 일을 내세워 업무 욕심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책 논의의 틀이 마련되기도 전에 부처별 이해관계가 앞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이번의 이례적인 초과 세수는 특정 부처의 사업 예산이 아니다. 국가 전체의 미래를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돼야 할 특별한 자산이다. 때문에 국부펀드냐 미래대응기금이냐를 놓고 제로섬 경쟁을 벌일 이유도 없다. 국부펀드로 장기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 미래대응기금으로 운용해 전략 분야 투자를 맡는 방식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쓰임새이고 정책의 성과다. 과거에도 대형 기금과 재정사업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권한 다툼 뒤에 성과를 낸 사례는 많지 않다. 책임이 분산되고 의사결정도 지연되는 부작용이 반복됐다. 정부는 초과 세수 활용의 원칙부터 명확히 세워야 한다.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세대 공유라는 목표를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 기금운용을 누가 책임지고 맡을지는 그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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