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자력발전소의 첫 유럽 수출로 기대를 모았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이 최종 계약을 목전에 두고 급제동이 걸렸다. 6일 체코 법원이 입찰 경쟁사였던 프랑스 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계약 절차를 중단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7일 열릴 예정이던 최종 계약 서명은 무산됐다. 장차관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정부·국회 합동 대표단은 체코행 비행기 안에서 이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업비 26조 원 규모의 원전 수주에 큰 기대를 건 정부는 계약 체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규모 대표단을 구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원자력안전위원장까지 총출동했고, 국회에서도 상임위원장을 포함한 주요 정당 국회의원들이 특별방문단으로 동행했다. 하지만 6∼8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는 소송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계약이 연기되면서 헛걸음을 한 셈이 됐다.
대표단이 현지로 출발한 뒤 계약이 무산되면서, 정부가 원전 수출 성과 홍보에만 급급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2일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수주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체코 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사법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EDF의 이의신청에 대해 체코 경쟁당국이 두 차례 기각했다는 점만 믿고 방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본안 소송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계약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장담할 순 없다. 10월 체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는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체코 측과 긴밀하게 소통해 법적 리스크를 신속히 해소하고, 다른 원전 수주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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