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상장 일정을 맞추기 위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심사를 빨리 진행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ETF 심사를 서둘렀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이 금감원장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든 드러누워 막았어야 했나 후회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기 상장을 위해 관계 당국이 무리수를 뒀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증시가 과열로 치달을수록 금융 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최우선해야 하지만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출시 과정엔 졸속과 외압 인상이 적지 않다. ETF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예비 심사와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등 평균 62일이 걸리는 데 반해 이 상품은 29일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 출시 7개월 전 자본시장연구원이 금감원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에는 “국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가 담겼지만 무시됐다. 보고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글로벌 규제 정합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입 논의는 올 1월부터 되레 빨라졌다.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1월 “내가 금융위원회에 ‘나스닥에서 가능한 걸 우리는 왜 못하게 하냐’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1월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4월 28일 국내 출시를 허용하도록 했다. 한 달 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상품 16종이 상장됐다. 주가 하루 등락률의 두 배에 베팅하는 상품이 변동성을 대폭 키운데다 외부 요인이 겹친 탓에 전체 증시는 폭락하고 투자자들도 큰 피해를 안았다. 상장 후 8월 14일까지 10개 증권사에서 이들 상품 투자로 개인이 입은 손실만 2조 3242억원이었다.
증시 활황과 주가 상승의 긍정적 효과는 크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상품도 투자자 보호가 뒷전으로 내몰리면 없는 것만 못하다. 고위험 상품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 상품의 도입, 심사 과정에서의 졸속과 외압 의혹을 철저히 밝히고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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