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등 공직 유관단체가 최근 5년간 연평균 50여 곳 증가했다는 한경 보도(9월 9, 10일자 A1면)다.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수습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공공기관이 줄줄이 생겨난 결과다. 방만하게 불어난 공공기관은 과도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고 국가 시스템의 비효율을 심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 유관단체는 지난 7월 기준 1507곳으로, 5년 전(1227곳)보다 280곳 증가했다. 연평균 56곳씩이니 1주일에 한 곳씩 ‘철밥통’ 조직이 생겨난 셈이다. 공기업(31곳) 준정부기관(57곳) 기타 공공기관(243곳) 등 331개 공공기관은 그나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수, 인원 등에 엄격한 관리를 받지만 나머지 1176곳은 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지난해 신설된 양육비이행관리원이나 추진 중인 학폭피해자분리위원회가 대표적 사례다. 나아가 서울교통공사는 GTX 노선별로 별도 운영 기관을 두겠다고 한다.
이 같은 난립은 국회, 정부, 공공기관 간의 은밀한 ‘담합’의 결과다. 정치권은 관료들의 낙하산 자리를 챙겨주는 대가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관료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한다.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의원 입법을 동원하는 편법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여파로 지난해 말 현재 331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74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정부 3년 동안만 157조원 증가했다. 특히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게 된 한국전력과 5개 발전 자회사는 경영 비효율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나마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공기관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점은 다행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통폐합을 지시했다. 국가 재정 건전성과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이상 공공기관 난립과 방만 운영을 방치해선 곤란하다. 역대 정부처럼 노조와 기득권 반발에 부딪혀 공공기관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