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서 인공섬을 연상시키는 거대 해양구조물을 세운 중국이 오래전에 불법 시추작업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시추공을 뚫어 자원탐사 활동을 벌인 것이다. 서해를 내해(內海)화하고 한국의 해상 주권을 침해하는 중국의 서해공정이 노골화하는 모습이다.
PMZ는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쳐 경계를 확정하지 못한 해역이라 지하자원 개발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특히 해양의 물리적 특성을 건드릴 수밖에 없는 시추는 국제법상 경계 미확정 수역에서 일관된 금지 행위다. 2001년 한국과 중국은 EEZ 확정 때까지 PMZ를 설정하고 권리행사를 유보하는 내용의 어업협정을 맺은 바 있다.
부유식 구조물 2기와 반고정식 철제 구조물(인공섬) 설치 문제가 불거진 뒤 우리 해양 주권을 위협하는 중국의 도발이 잇따르고 있다. 해양구조물 관련 현장조사에 나선 한국의 해양조사선의 정당한 활동을 저지하는 바람에 양국 해경이 대치하기도 했다. 중국은 서해 주요 해상 길목과 남쪽 이어도 인근까지 ‘바다의 정탐병’으로 불리는 대형 부표 13기를 설치했다. 지난달 말에는 PMZ 수역 내 3곳을 일방적으로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국제질서의 핵심인 항행의 자유를 침해했다.
일방적으로 불법 구조물을 세운 뒤 추후 힘으로 정당화하는 중국 특유의 알박기 전술이 서해에서도 본격화한 모습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7개의 인공섬을 만든 뒤 전체 면적의 80% 이상을 영해라 주장하며 필리핀 베트남 등 인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이다. 이들 인공섬에는 비행장과 미사일 기지까지 지어 무력으로 역내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때마침 지난 주말 안미경중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무력으로 현상을 강제로 바꿔 아시아 패권국이 되려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경제적 이익에 매몰돼 중국의 불법을 용인하는 소극적 태도로는 우리 바다를 지켜낼 수 없다. 강력한 항의와 발 빠른 비례 대응, 동맹 및 주변국과의 연대를 통한 총력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