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에도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수시로 연락하며 국정을 논의한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보도된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후 한 달쯤 지난 2022년 11월 24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가 통과되자 김 여사는 명 씨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어찌하면 좋을까요’라며 의견을 물었다. 이에 명 씨는 ‘국정조사 위원으로 당내 전투력 그리고 언론플레이에 능한 의원들을 포진시켜야 한다’면서 정점식, 배현진, 송언석 등 명단을 제시했다. 명 씨는 김 여사와 앞서 나눈 대화에서 ‘이태원 사고를 통해 검수완박으로 비대해진 경찰 조직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김 여사의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는 명 씨가 꿈 얘기를 하며 ‘혹시 남쪽으로 가실 일 있으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문자를 보낸 일도 있다. 김 여사가 이유를 묻자 ‘마산 앞바다 정어리가 집단 폐사하고 이태원 사고,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연이어 터져 그런 (비행기 추락) 꿈을 꾼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화가 오가고 나흘 뒤 김 여사는 캄보디아를 방문했는데 앙코르와트에서 열리는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하려던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수도 프놈펜에 계속 머물렀다.
윤 대통령은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해 대선 전 도움을 받았을 뿐 취임 후에는 연락을 거의 끊었고 김 여사도 몇 차례 일상적인 연락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보고서에 담긴 양측의 SNS 대화를 보면 김 여사가 이태원 사건 대응 방안을 묻고, 명 씨는 국정조사 위원으로 참여할 여당 의원들을 추천하는 등 국정을 상의했다고 볼 증거가 적지 않다.
명 씨는 윤 대통령에게도 이태원 사건 직후 야당의 공격에 대비해 김영선 의원이 지자체장의 안전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연락했고, 동남아 순방을 가는 김 여사에게 대한민국 무기를 수출하고 천연자원으로 대물 변제 계약을 맺으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 부부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보내고 캠프 인선에도 개입했던 명 씨가 대선 후에는 사실상 비선 참모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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