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무지출, 4년 새 100조 급증…퍼주기 예산이 불러올 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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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31 17:33 수정2025.08.31 17:33 지면A35

기획재정부가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내놓으면서 올해 365조8000억원인 의무지출이 2029년 465조7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연평균 증가율이 6.3%에 달해 재량지출 증가율(4.6%)을 훌쩍 넘어선다. 전체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51.9%에서 2029년 55.8%로 올라간다. 의무지출은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예산으로, 상황에 따라 지출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

의무지출이 급증하는 건 국민에게 나눠주는 보조금이 많아져서다. 우선 매월 15만원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2028년부터 이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소요 예산이 연 2조~3조원에 이른다. 아동수당도 의무지출 항목으로 분류된다. 지금까지는 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8세 미만의 아동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했다. 내년엔 이 기준이 9세 미만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추가로 투입하는 내년 예산이 5000억원을 넘는다. 정부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 연령을 매년 한 살씩 상향할 계획이다.

재정을 마중물 삼아 지방소멸을 막고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정부 보조금이 잠재 성장률 상승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의무지출을 매년 6% 이상 늘리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의무지출을 늘리면 후유증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메워야 할 국채 이자가 올해 30조1000억원에서 2029년 44조원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은 두렵기까지 하다.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려면 지출 구조조정이라도 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매년 8조원에 달하는 불용 예산이 발생하는 교육교부금 등 손댈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정부는 교부금으로 전입되는 교육세를 올해 2조1690억원에서 내년 1조7587억원으로 4100억원가량 삭감했지만, 내국세의 20.79%를 배분하는 기본 체계는 손도 대지 못했다. 예산은 한 번 늘어나면 원래대로 되돌리는 게 쉽지 않다. 미래세대에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예산 증액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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