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찬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이 “용산공원 내 어린이정원을 주택 공급에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술 더 떠 “용산공원 전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야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용산공원의 주택 부지화 여부가 정치 쟁점으로도 떠올랐다.
오죽하면 정부가 용산공원까지 건드릴까 싶다. 주한미군 기지를 반환받아 조성 중인 용산공원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공원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1882년 임오군란 이래 120년 넘게 외국군이 주둔한 땅을 국민이 온전히 돌려받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07년 “공원 외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 등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한 용산공원조성특별법까지 제정됐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신 계승을 공언해 온 이재명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저버리려고 하는 셈이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부지를 물색했지만 여의치 않자 이곳에도 눈독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용산공원이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후보지로 매력적인 곳임은 부인할 수 없다. 전체 넓이가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300만㎡여서 대규모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교통을 비롯한 생활 기반도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 청년층을 주된 대상으로 품질 좋은 공공주택을 집중적으로 지어 공급한다면 서울 시내 주택난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용산공원은 서울 도심에 마지막 남은 대규모 녹지다. 이를 당장의 주거 수요를 충족할 수단으로 개발하기보다 미래 세대의 자산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용산공원의 전부는 물론이고 일부라도 떼어내 아파트를 지으려면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한다. 정부가 성급히 국정 성과를 올리려고 강행할 일이 아니다. 기존 주택 공급 계획의 실행 속도를 더 높일 수는 없는지, 재개발·재건축을 보다 활성화하는 방안은 없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용산공원을 포함한 녹지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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