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유최고가격 세 번째 동결, 출구전략 모색할 때

2 hours ago 3

정부가 5차 석유 최고가격을 또다시 동결했다. 2주 단위로 결정하는 최고가격을 3차 이후 세 차례 연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휘발유 최고 가격은 L당 1934원, 경유는 1923원으로 묶이게 된다.

이번 결정은 정부 설명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110달러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동 전쟁의 충격이 민생 물가를 흔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격 안정장치를 동원한 것을 탓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이 조치가 없었다면 휘발유는 L당 2200원, 경유는 2500원대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며 정책 효능을 자평하고 있다.

그럼에도 눈앞의 물가 지표를 누르기 위해 가격 통제를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가격을 동결했다고 해서 원가까지 동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 원유 도입 단가는 오르는데 판매 가격만 누르면 그 비용은 어딘가에 쌓인다. 당장 정유사 손실과 유류세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미래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재정 부담은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정부는 6개월 지속을 전제로 4조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했는데, 정유업계의 추정 손실만 벌써 3조원에 이른다. 손실 보전 기준을 놓고도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 통제는 소비 절감이 필요하다는 시장 신호를 약화한다. 소비자가 에너지 소비를 줄일 유인은 줄어들고, 억눌린 가격은 제도가 끝나는 순간 용수철처럼 튀어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기 마련이다. 가격 통제를 풀되 생계형 운전자 등 취약 계층에 직접 지원하는 방법이 더 나을 수 있다.

때마침 대외 여건도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전격적인 종전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는 안정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유지의 명분으로 강조한 중동 불안도 호르무즈 통행이 어느 정도 풀리면 해소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정부도 비상조치 연장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가격 통제가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해법이 될 수는 없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