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적대의 정치’ ‘빈 구호뿐인 공약’ 국민이 심판할 것
이번 선거는 가히 헌정사 초유, 전대미문의 비정상적 사태들이 잇달아 벌어진 끝에 대통령 궐위에 따라 실시되는 선거다. 헌정 위기에 따른 조기 대선인 탓에 제대로 된 후보나 정책 검증도 없이 국민 선택에 맡겨졌고, 그렇게 당선된 차기 대통령은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비록 어느 때보다 허술하게 넘어갈 여지가 많은 선거가 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흠결이 덜하고 능력 있고 비전 갖춘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다.
후보들이 저마다 내세운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은 동아일보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 꼽은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이기도 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5개월 넘는 정치적 소용돌이, 나아가 안으로는 마이너스 성장과 밖으로는 글로벌 관세전쟁이라는 경제적 내우외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유능한 지도자, 갈등과 분열을 치유해 줄 화합의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듯 후보들은 통합과 민생을 내세우지만, 거창한 구호나 번지르르한 당위론에 그치는 것도 현실이다. 각 당과 후보는 몇 마디 통합 메시지 뒤에 ‘내란 종식’과 ‘반(反)이재명’을 외치며 증오와 적대의 언사를 쏟아붓고 있다. 사법 리스크 방어에 급급한 채, 또는 계엄 등 국가적 위기의 원인 제공자와 절연하지 못한 채 상대만 헐뜯는 식의 경쟁에선 그 어떤 통합의 의지도 찾기 어렵다.이런 극심한 정쟁 속에 구체적인 재원 대책도, 실현 방안도 없는 공약이 난무한다. 각 당의 10대 공약만 봐도 이재명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김 후보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각각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주요 공약들을 뜯어보면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선심성 표퓰리즘 공약이 대부분이다. 이 후보의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임기 중 재정 100조 원이 투입돼야 하고, 김 후보의 감세 공약을 시행하면 5년간 70조 원의 세수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이렇듯 실현 못 할 약속과 남 탓만 하는 비방의 홍수 속에서도 국민은 어느 후보가 진정 작금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넘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인물일지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그 다수가 광장과 길거리가 아닌 일터와 가정을 지키며 흥분과 분노보다 냉정과 자제 속에 상식의 잣대로 판단하는 국민들이다. 6·3 대선 본투표까지 21일, 사전투표(29∼30일)까진 17일 남았다. 국민은 늘 위대하다. 그 위대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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