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의 임신 29주차 고위험 산모가 응급 분만을 할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으로 헬기 이송됐으나 끝내 태아가 사망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노동절(1일) 밤에 발생한 일로, 당시 충남·대전·세종 지역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여섯 곳에 산모 이송을 요청했으나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소방본부가 그 뒤 전국 41개 의료기관에 환자 수용 여부를 문의한 끝에 3시간30분 만에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옮겨 수술받았지만, 태아는 숨지고 말았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월에도 조산 증세를 보인 임신부가 대구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분당서울대병원으로 긴급히 옮겨져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출생 직후 쌍둥이 중 한 명이 저산소증으로 사망했다. 당시에도 지역 대형 병원 일곱 곳이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위급한 임신부를 받지 않았다.
되풀이되는 산모 ‘뺑뺑이’ 사고를 보면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그제 충북대병원에서 현장간담회를 열어 “어느 지역에서든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다. 다만 지금으로선 ‘반드시’보다 더 중요한 게 ‘서둘러’ 구축하는 것이다. 의료 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어떤 이유로든 임신부와 태아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임신부 연령이 과거보다 높아져 조산아와 다태아, 저체중아 등 고위험 출산이 늘고 있다. 그만큼 지역별로 더 전문적인 의료인력 배치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복지부 장관을 만난 현장 의료진은 365일 24시간 응급 대응할 전문의 확보가 어려운데, 그 원인으로 책임 대비 낮은 보상과 의료사고 발생 시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 문제를 들었다고 한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나와 있다는 얘기다. 응급 상황에 처한 산모가 자신과 태아 목숨을 걸고 전국 병원을 수소문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정부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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