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가 어제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며 상법 개정 재추진을 공언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일 거부권을 행사한 기존 개정안엔 없던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여러 명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숫자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컨대 3명의 이사를 뽑을 때 1주를 보유한 주주는 의결권 석 장을 가지며, 이를 특정 이사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국내엔 1998년 도입됐으며, 기업이 채택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지금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적용 중인 조항으로 대주주 의결권을 지분율과 관계없이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 전 대표는 이런 식으로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면 기업 경영이 투명해지고, 주가도 오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쪼개기 상장 등을 통해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부 사례가 있었다고 해서 전체 상장사를 소액주주에게 끌려다니는 지배구조로 만드는 것은 시장경제와 주식회사 구성 원리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주요 선진국 중에서 이런 식으로 증시를 끌어올린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감사위원을 일반 이사와 별도로 뽑고,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 역시 한국에만 존재한다. 지난 10년간 미국 증시가 연평균 10%가량 오른 것은 인공지능(AI) 등을 필두로 한 상장사들의 혁신 때문이지, 기업 규제가 엄격해서가 아니다.
국회를 장악한 이 전 대표가 나중에 대통령이 돼 앞서 언급한 규제 법령을 추진하면 경제계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 친기업적 성장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마당에 이런 법령이 진짜 기업 성장과 산업 발전에 이로운 것인지는 되짚어봐야 한다. 아울러 경제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근로시간 유연화와 고용 경직성 해소 등 노동개혁에도 전향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기업인이 싫어하는 규제를 온존시키며 새로운 규제까지 만들겠다고 하면 경제 성장은 물론 ‘코스피 5000시대’에서 더 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