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유통업체와의 역차별을 해소하려는 조치다. 대형마트는 지난 14년간 심야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에 묶인 채 온라인 유통업체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 왔다. 뒤늦게라도 현실을 반영한 규제 개선에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새벽배송 하나 허용하는 ‘찔끔 규제완화’로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행 규제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배송 가능 시간까지 제한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불필요하게 제약해 왔다. 소비자는 상시 배송을 원하지만 대형마트는 규제받았고, 같은 상품도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제약 없이 배송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차별이다. 규제는 소비자 후생과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대형마트를 유통업계의 ‘최강자’로 여기던 낡은 인식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이커머스 기업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쥔 현실에서 대형마트는 오히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홈플러스 사태는 유통산업의 경쟁 구도가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장은 변했는데 규제만 과거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의무휴업과 공휴일 영업 제한도 전통시장 보호라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소비자 불편만 키웠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는 판이다. 실효성이 없는 규제를 관성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하는 것 역시 시대착오적이다. 정부가 일일이 영업시간을 정하고 배송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발상 자체가 디지털 유통 시대와 안 맞다. 소비자의 생활 패턴은 다양해졌고 유통업의 경쟁 방식도 급변하고 있다. 행정 법규가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정부의 역할은 특정 업태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다양한 사업자가 공정하게 경쟁하며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낡은 규제가 유통산업 곳곳에 있다. 소비자 편익을 가로막고 혁신을 지연시키는 규제는 고물가까지 초래하는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다. 차제에 유통 전반의 규제를 모두 걷어내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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