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에 수출 추월 당한 韓 산업, 낮은 자세로 다시 신발 끈 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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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10 17:35 수정2025.09.10 17:35 지면A31

대만의 8월 수출이 584억9000만달러로 한국(584억달러)을 추월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대만의 반도체 수출 급증이 두 나라의 명암을 갈랐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 와중에 기록한 대만의 높은 수출 증가율은 박수받을 만하다. 8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34.1%로 한국(1.3%)을 압도했다. 대미 수출이 특히 호조다. 관세 부담에 4%가량 감소세로 돌아선 한국과 달리 1~7월 대미 수출은 벌써 작년 한 해 실적을 넘어섰다.

그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성장률도 8.0%로 한국(0.5%), 홍콩(4.4%), 싱가포르(3.1%) 등 주변 경쟁국보다 월등하다. 대미 상호관세율이 20%로 한국(15%)보다 높은데도 얼마 전 올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높여 잡은 배경이다. 올 예상 성장률이 0.9%로 추락한 한국으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대만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내년에 4만달러를 돌파해 한국과 일본을 모두 추월할 전망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에서 제일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았던 대만의 비상은 기술 중시·기업 친화 정책의 결과다. 차이잉원 정부(2016~2024년)는 대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물인터넷(IoT)·디지털 산업 육성,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 구축에 세제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때맞춰 AI 열풍이 불며 고사양 칩 수요가 폭발하자 순식간에 글로벌 경제 중심으로 진입했다. 비슷한 시기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와의 우호적 관계도 큰 힘이 됐다.

‘한국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쏘냐’며 대만이 한국을 벤치마킹한 게 불과 10여 년 전이다. 이제 우리가 낮은 자세로 배울 때다. 대만은 TSMC로 대표되는 반도체산업 의존도가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우리는 반도체 외에 자동차 조선 방산 원전 등 잘 구축된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뚜렷한 노쇠화다. 반도체, 배터리는 중국에 따라잡혔고 철강, 석유화학은 중국발 위협에 생존의 기로에 섰다. AI, 로봇, 바이오헬스 등 미래 산업 격차도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세제·인프라 지원, 개방형 혁신 네트워크 구축 등 대만의 성공전략을 활용한 산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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