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금융계 거물들과 쌓아온 인맥을 활용해서 우리 스타트업들의 미국, 중동, 유럽 진출을 돕겠습니다"
제니 주 코리아컨퍼런스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리나델레이에서 열린 '2025 코리아컨퍼런스' 행사 중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주 회장은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 가 금융계 큰 손이 된 인물이다. 호텔리어로 경력을 시작해 UBS, 모건스탠리, JP모건 등을 굵직한 자산운용사를 거쳤다. 그가 "가족같은 동생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한인 사업가들의 네트워킹 행사 '코리아컨퍼런스'는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이전까지 젊은 기업가들을 개인적으로 돕던 주 회장이 코리아컨퍼런스를 출범시킨 것은 이스라엘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이스라엘 컨퍼런스'처럼 한국 스타트업을 공식적으로 육성할 무대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모든 분들이 이 행사가 일회성 아닐까 생각했겠지만, 먼저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업들을 이끌어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자칭 'MDR 마피아'들이 코리아컨퍼런스에서 생겨난 인맥과 기회를 간증했다. MDR은 행사가 열리는 마리나델레이(Marina del rey)의 약자인 동시에 모멘텀·혁신·진화(Momentum·Disruption·Revolution)의 줄임말이다. 현재 미국 테크업계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리드 호프먼 등 페이팔 출신의 모임인 '페이팔 마피아'와 같은 모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담겼다. 지난해 코리아컨퍼런스에 참석한 에이슬립의 이동헌 대표는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회사가 망할 뻔했는데, 투자자들과 코리아 콘퍼런스 덕분에 마침내 재무 상태를 안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새로운 MDR 마피아로 합류하고자 하는 4개 스타트업의 피칭(투자 유치 설명)이었다. 인공지능(AI)을 학생 진로·진학 상담에 접목한 교육 스타트업 '레티튜', 한국 전통주 개발사인 '한국F&B파트너스', 기업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올거나이즈AI', AI 산업안전 기업인 '가디언AI'가 각자의 사업 전략을 설명했다. 심사위원단과 참가자 투표 결과 올거나이즈AI가 올해의 유망 기업으로 선정됐다.
주 회장은 "한국 기업인의 패기와 단합력, 결속력은 무시할 수 없다"라며 "앞으로 이들에게 무대를 넘겨주고, 내가 갖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역할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손흥민 선수가 뛰는 LAFC의 공동구단주 제이슨 슈거맨, 소니엔터테인먼트의 제프리 갓식 글로벌 파트너십 및 브랜드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 등 주 회장의 탄탄한 인맥들이 자리했다. 주 회장은 "향후 코리아컨퍼런스 펀드를 만들어 마리나델레이를 거친 한국 기업들에 우선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