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대선 후보들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를 진짜처럼 조작한 불법 딥페이크 영상이 온라인에서 우후죽순 퍼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어느 후보가 “계엄령을 선포해 의원을 체포하겠다”고 말했다거나, 같은 당 원내대표에게 개가 짖고 있다고 폭언을 했다고 하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됐는데 모두 조작이었다는 것이다.
영상과 음성의 진위를 언뜻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해 조작의 차원이 달라진 점이 우려를 더욱 키운다. 유권자들이 이런 허위정보를 그대로 믿고 후보 선택에도 영향을 받을 경우 민의 왜곡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최근 한 달간 삭제를 요구한 딥페이크 영상은 769건으로 지난 총선 두 달여간 요청한 388건의 두 배에 육박한다. 워낙 영상 유포 속도가 빠르고 삭제까지 2주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는 데다 최초 제작자를 찾기도 어려워 차단과 처벌이 어렵다니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이 밖에 특정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도록 교묘하게 문항이나 데이터를 조작해 여론전에 활용하는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나 금품·향응 제공 등 고질적인 위법 사례가 끊이질 않았다. 정권 교체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특정 후보에게 줄을 대거나 기밀 자료를 유출하는 등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 사례도 적지 않았다.이번 대선은 비정상적 상황의 반복으로 정치적 갈등과 분열이 깊어진 상태에서 치러진다. 이런 불법 행위마저 횡행하고 여론 향배에도 큰 영향을 줄 경우 심각한 선거 휴유증에 휘말릴 수 있다. ‘대대대행 정부’는 불법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은 물론 그런 시도 자체가 대선에 끼어들 한 치의 틈도 주지 않도록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혐오와 극단을 조장하는 허위정보로 이번 대선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위협하려는 그 어떤 움직임도 발붙이지 못하도록 마지막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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