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관 100여 명을 투입하는 대규모 산업재해수사팀을 전국 18개 시·도청에 신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현재 59명인 형사기동대 소속 안전사고수사팀 인력을 101명으로 대폭 확대해 전담팀을 운영하는 방안이다. 산업재해 현장감식 강화를 위한 전담과학수사팀도 경기남부경찰청에 설치하기로 했다.
‘산재사망사고 근절을 위한 전담팀을 두는 게 어떻겠느냐’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직개편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지만 사고 예방에 얼마나 효율적일지 의문이다. 후진적 산재 사고는 반드시 줄여나가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지만 처벌 만능주의적 접근의 한계도 분명하다.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3년간 산재사망자 수가 제자리걸음이다. 세계 최강의 처벌법에도 재해자는 외려 증가해 엄포·엄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 새삼 확인됐다.
전담팀 가동으로 고용노동부와의 업무 중첩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산재 수사는 고용부가 주관이고 경찰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공사장·공장 등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는 고용부가 담당하고, 경찰은 중대시민재해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맡는다. 조직 신설을 계기로 성과를 의식한 경찰이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면 수사 비효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찰 내 정예 수사조직인 형사기동대의 산재전담 배치가 바람직한지도 논란이다. 과거 광역수사대로 불린 형사기동대는 마약·강력·지능범죄,사회적 관심이 큰 대형 사건에 투입되는 조직이다. 가뜩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보이스피싱, 마약 등 민생범죄와 미제 사건이 급증하는 와중에 베테랑 형사 100여 명 이탈은 민생범죄 대응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제한된 인력을 분산해 본연의 치안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고, 고용부도 경찰의 산재전담팀 구성이 순수한 목적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경찰 수사력의 최우선 투입 순위는 언제나 민생범죄 근절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