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유출된 한국인의 개인정보가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찾을 수 없는 ‘다크웹’에서 무더기로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입자 전원이 털린 SK텔레콤 해킹 사태를 계기로 동아일보 취재팀이 다크웹 10곳을 추적한 결과다. 한국인의 신용카드 정보는 건당 15달러에, 여권 스캔본은 건당 최고 1100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에서는 탈취한 개인정보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쉬워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고 한다.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는 VPN 정보 등 한국 기업의 기밀정보도 수천 달러에 판매 중이었다. 한 해커 조직은 국내 중소기업의 임직원과 고객 정보를 빼돌렸다며 삭제를 원하면 연락하라는 협박글을 올려놓기도 했다. 보안 관리가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커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이다.
다크웹 전문 보안기업 스텔스모어에 따르면 전 세계 다크웹에서 무료나 유료로 유통되는 한국인 개인정보는 4억6000만여 건으로 추산된다. 한국인 1인당 9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해커들의 놀이터인 다크웹에서 떠도는 셈이다. 유통되는 휴대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여권, 신용카드 정보 등을 활용한 명의 도용, 금전 탈취 같은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 한국 기업을 겨냥한 해킹 공격이 급증하면서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개인정보가 더 늘 수 있어 걱정이다. 기업들의 사이버 공격 피해 신고는 2021년 640건에서 지난해 1887건으로 늘었다.
더 심각한 건 이렇게 유통되는 개인정보들이 2차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큰데도 대부분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거래되다 보니 추적과 차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사전에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이중삼중의 보안 장벽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정보 보호를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보는 안이한 시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정보기술(IT) 보안이 곧 국가 안보라는 자세로 우리 사회의 디지털 방어망을 총체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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