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의 연설은 국민의힘을 없어져야 할 정당 취급한 기존 주장에서 한 발짝도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불법 계엄과 탄핵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통해 ‘내란 정당’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107석의 제1야당인 점도 현실이다. 당장 이 대통령부터 여야 대표 회동에서 ‘야당도 중요한 국가기관’이라며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는가. 이 대통령은 야당에 대한 정치적 양보를 주문했고,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양보도 가능한 일이다.
송 원내대표의 연설에서도 출범 100일을 맞은 정부와 여당을 정치의 상대로 존중하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야당 파괴에 골몰하는 양두구육의 국정 운영” 같은 공격이 난무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 대통령과 만나 민생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과도 상충된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정 대표가 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성공했다면 이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자 즉각 “그리 됐으면 좋았을걸”이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민생경제협의체를 신속 가동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도 협치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여전히 국민의힘이 먼저 변해야 협치가 가능하다는 태도이고 송 원내대표도 앞으로 협치를 할지는 여당에 달려 있다는 식이다. 당 지도부가 더 앞장서서 증오를 부추기면서 어떻게 여야 간 심도 있는 조율이 필요한 민생협의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여야정 국정협의체 논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말만 번지르르 했을 뿐 여야의 극한 대치에 묻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다. 이번에도 상대 탓만 하며 그런 전철을 밟을 생각인가.-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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