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산하 기관인 소방청에 전화를 걸어 “경찰에서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요청을 할 경우 협조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13일 국회에 출석해 이 같은 지시가 있었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전화를 한 번 받았다”고 인정한 후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이 지목한 단전·단수 대상 언론사는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등이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초유의 언론사 통제 계획까지 세워두었다는 증언은 ‘경고성 계엄’이라는 기존 주장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마비가 목적이었다면 “국회 건물에 단전·단수 조치부터 했을 것”이라고 했는데, 언론사에 그런 조치가 취해질 뻔했던 것이다. 언론사 단전·단수는 독재 정권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요즘같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모바일로 뉴스를 전송하는 디지털 시대에 물과 전기를 끊어 언론을 통제하려 했다니 그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어리석고 놀랍기만 하다. 특정 언론사만 콕 집어 손보려 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단전·단수 대상 언론사 목록은 계엄 당시 여당 대표까지 포함된 체포 명단만큼이나 자의적이다.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은 체포 명단에 대해 “대통령이 평소 부정적으로 말하던 인물들”이라고 진술했는데 체포 명단과 통제 대상 언론사 목록의 자의성은 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사적 보복에 가까운 행위임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평소 ‘신문 읽지 말고 유튜브 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방송 보도는 무더기로 중징계를 받았고, 신문기자의 대통령 기자회견 질문에 대통령 참모가 “무례”라고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입맛에 맞는 극우 유튜브 대신 언론의 쓴소리를 들었다면 이 지경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