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수출 통제 대상된 AI, 반도체만으론 강국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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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국가 안보와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자산이 됐다. 미국 정부가 최근 앤스로픽의 최첨단 AI 모델인 페이블5와 미토스5를 사실상 전략물자로 취급하며 수출통제 대상으로 전격 지정한 것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I는 이제 반도체 핵 물질처럼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통제 품목’이 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의 위치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AI 생태계 전반에서는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첨단 AI 모델은 물론 GPU, 클라우드 운영, 플랫폼, 데이터센터 기술까지 대부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한다. 미국이 수출통제의 범위를 넓히면 우리나라는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고, 독자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안보 동맹과 AI 산업 모두 미국 중심으로 연결된 게 현실이다.

근래 각국이 강조해 온 ‘소버린 AI’ 논의도 실상 이런 전제에서 나왔다. 국가가 자국 언어와 문화, 산업 환경에 맞는 AI 역량을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천억, 수조원이 예사로 투입되는 데이터센터와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 한국이 단독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AI 주권을 잃는 순간 국가경쟁력 자체가 외부 통제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딜레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확고한 정책의 부재다. 어렵게 확보한 AI 전문가들을 국가 전략의 수립과 추진에 활용하기보다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소모적 정쟁에 끌어들이는 게 대표적이다. 지방선거에서 보았듯 최고 전문가라며 발탁한 AI 인재를 선거에 내보내면서 본업에서 이탈하도록 한 사례가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자부심만으로는 AI 시대의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절대 우위의 반도체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도체 위에서 돌아가는 응용 모델,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인재까지 갖춰야 AI 주권 시대에 경쟁력이 완성된다. 메모리칩 성공에 안주하다가는 기껏 AI 가치사슬의 하청 국가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지금이라도 AI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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