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평가액)은 206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말 기록한 종전 최고치(2036억 달러)를 한 달여 만에 다시 넘어선 것이다.
실제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 증시 결제 기준 ‘속슬(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ETF)’의 순매수 규모는 5억2758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에는 상장 하루 만에 7억9593만 달러(약 1조2026억 원)의 매수세가 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 실적 발표인 어닝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어닝콜은 기업 경영진이 실적과 향후 사업 전망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로, 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이벤트다. 최근 증권사들은 이를 AI가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실시간 번역, 어닝콜 중 매매…‘편의성·속도’ 챙기는 기업들
대표적인 서비스는 토스증권의 ‘해외기업 어닝콜 실시간 번역 서비스’ 서비스다. 2025년 5월 첫선을 보여 올해 6월까지 누적 이용자 200만 명을 기록했다. 어닝콜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전체 여정에 걸쳐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어닝콜 전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를 AI가 요약해주는 △‘관전포인트’ 섹션이나 1시간 이상 긴 어닝콜을 구간별로 나눠 제공하는 △‘챕터별 보기’ 등이 제공된다. 업계 최초로 고도화 된 PC(WTS) 버전까지 내놓아 편의성을 높였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전날 ‘AI 어닝콜’을 정식 오픈했다. 초점을 맞춘 것은 ‘실시간성’이다. 어닝콜을 들으며 시세 확인부터 실제 매매까지 끊김 없이 이어갈 수 있는 △‘PIP(Picture-in-Picture)’ 기능과 실시간 번역·요약과 함께 어닝콜 구간별 주가 등락률을 보여주는 △‘실시간 시세 트래킹’ 기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시가총액 상위 500개 종목까지 대상 기업을 넓혔고, 이달 후반 1000개 종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일찌감치 ‘어닝콜 읽어주는 AI’를 선보였다. 챗GPT와 네이버 ‘하이퍼클로바’를 결합해 테슬라, 넷플릭스, 구글 등 주요 50개 기업의 실적 발표 내용을 번역·요약해 속보 형태로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작년 선보인 ‘AI 이슈체크’는 특정 종목 주가의 급등락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가 변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iM증권은 지난 3월말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AI 리서치’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기엔 실적 발표 자료 중 투자자가 주목할 포인트를 요약해주는 ‘AI속보 어닝콜’, 갑작스러운 주가 변동의 원인을 분석해주는 ‘AI시그널포착’ 등 세부기능이 포함됐다.
● 실적 발표 쏟아지는 7월…‘AI 어닝콜’ 주목
업계에서는 AI 어닝콜 서비스가 직접적인 수익을 내는 사업은 아니더라도 해외 주식 투자자의 플랫폼 이용을 늘리는 ‘록인(Lock-in)’ 효과가 큰 서비스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출시 이후 이용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해외 투자를 하다 보면 어닝콜 자체에 느껴지는 장벽이 높다. 이를 해소해 접근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짚었다.2분기 실적 발표가 집중되는 7월 어닝콜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증권사 간 AI 서비스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해외 주식 투자자가 늘어날수록 실시간 번역과 요약, 투자 정보 제공 기능도 한층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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