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 구성이 한두 달 정도 지연되는 지각 출범은 부끄러운 관행이 된 지 오래다. 이번에도 조작기소 특검 등 쟁점 법안 처리가 달려 있는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을 것인가를 두고 여야 협상이 계속 결렬되면서 원 구성이 한 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이렇게 가파른 대결이 계속된다면 결국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처럼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일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여야 대치 속에서 타협과 조정을 이루는 게 국회의장의 역할이다. 하지만 조 의장의 행보는 지금 국회에 절실한 설득이나 조율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조 의장은 여야에 24일까지 상임위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야당이 응하지 않자 26일로 한 차례 시한을 연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의장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민주당 출신 조 의장은 현재 무소속이다. 의장의 당적 이탈은 자신이 속했던 정당, 자신을 의장으로 만들어준 정당이 아니라 국회를 대표하라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다. 물론 역대 의장들도 과거 소속 당의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야 간 중재자로서 이견을 조율하고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당파적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였다.한데 지금의 조 의장은 중립적 조정자는커녕 다수당이 밀어붙이는 힘의 정치에 올라타 총대까지 멘 듯한 모습이다. 22대 국회 후반기를 시작부터 여야 대치로 열어선 안 된다. 원 구성을 마냥 늦출 수도 없지만 당장 다그칠 일도 아니다. 숙성의 시간은 보이지 않던 타협의 여지도 만들어 낸다. 드러난 선거 부실을 바로잡고 신음하는 민생을 챙기는 데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과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조 의장은 그 협치를 이끄는 견인차를 자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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