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신용등급 108년 만의 추락… 달러 찍는 나라도 빚은 못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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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계단 강등했다. 무디스 평가에서 미국이 최고 등급을 받지 못한 건 제1차 세계대전 때인 1917년 이후 108년 만이다. 이로써 미국은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 2023년 피치에 이어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상위 등급을 박탈당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조차 나랏빚이 급격히 불면서 신용등급이 깎이는 수모를 당한 셈이다.

무디스는 미국에 대해 “10여 년간 지속적인 재정적자로 연방정부 부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공화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안이 이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은 국채를 찍어 나라살림을 꾸려 오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지난해 123%로 치솟았다. 늘어난 빚에 국채 금리까지 뛰어 미 정부가 국채 이자로 지출한 금액만 지난해 1조 달러를 웃돈다.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건전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있고, 그 자체가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고 했는데, 한국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팬데믹 위기 이후 매년 100조 원 안팎의 재정적자가 쌓이면서 한국의 국가채무는 역대 최대인 1175조 원을 넘어섰다. 증가 속도가 주요국 중 가장 빠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의무 지출은 가파르게 늘어나는데 대규모 세수 펑크와 추경 편성 등이 반복되면서 나랏빚이 더 불어날 일만 남았다.

이런데도 주요 대선 후보들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연간 15조 원이 소요되는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을 비롯해 농촌 기본소득 지급, 아동수당 확대, 소상공인 부채 탕감,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등 퍼주기식 공약이 수두룩하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 상승은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 감소, 원화 가치 하락 등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무디스와 피치 등은 이미 정치·경제 불확실성과 재정적자 증가 우려 등을 이유로 한국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되기 쉬운 지금이야말로 나랏빚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더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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