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안은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에 중국 억제 동참을 압박하는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 중국은 자국 경제에 의존이 큰 한국을 끌어당겨 한미일 3국의 중국 견제 전선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것이다. 시 주석이 이 대통령과 통화 때 대만, 첨단기술 공급망 등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서 미국에 치우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과 무관치 않다.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미중 사이에서 부담스러운 숙제를 받아 든 셈이다.
문제는 미국이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안미경중’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낼 정도로 단호하다는 점이다. 나아가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위협 방어에서 중국 억제로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국가방위전략(NDS)이 예정대로 다음 달 나오면 동북아 안보 지형은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국면에서 중국이 군사굴기를 대외에 과시하는 행사에 가겠다고 결정한다면 불필요하게 ‘중국에 기운다’는 ‘경중(傾中)’이라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이 미국의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참석했음에도 중국으로부터 북핵 문제 협력을 얻지도 못한 채 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됐던 과거를 잊어선 안 된다.
우리로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외교의 근간은 한미 동맹이다. 그 위에 단단히 서서 대중국 관계를 설정해 나가는 것이 이 대통령이 말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골간이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관계의 향방과 한미 동맹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이 먼저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대중국 인식과 동북아 전략을 고려하면 중국에 공연한 기대를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는 다른 방식으로도 풀어갈 수 있다.-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