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한 대로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대에 머물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 전망과 함께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가 6년2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대내외 충격으로 성장 정체가 현실화한 가운데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경제성장률을 0.8%로 수정 전망했다. 지난 2월 1.6%로 전망한 것을 복합위기가 닥치자 불과 석 달 만에 절반으로 깎았다. 미국 관세 인상 충격이 빠르게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는 데다 구조적인 내수 침체와 건설경기 악화, 정치 불안이 겹치면서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성장률(1.3%)이 상반기(0.3%)보다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예단하기 힘들다.
파이를 키우지 못하는 저성장은 사회 갈등과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게 중남미 국가들이 보여준 교훈이다. 최근 들어 고용시장에서 나타나는 산업별·세대별 양극화는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19만4000명 증가했지만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에선 12만4000명 줄어 작년 7월부터 1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내수 침체 탓에 도소매업 취업자도 3000명 줄었고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감소 흐름이다. 연령별 격차도 크다. 60대 이상은 34만 명 늘었지만 20대 취업자는 17만9000명 감소했다. 생산성이 낮은 노년층이 전체 취업자 수를 주도하고 있다.
고령화, 경제활동인구 감소, 기존 산업의 구조조정 지연과 경쟁력 약화, 신산업 부재, 장기화한 내수 침체와 자영업 몰락, 급증한 가계부채 등이 경쟁력 약화를 부르고 있다. 따라서 경제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구조개혁 없이 경기순환에 대응하는 차원의 재정·통화 정책만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말고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적 해법과 실행에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