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7월부터 상장지수펀드(ETF)에 배당과 이자를 남겨둘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제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따라 국내에 상장된 6조원 규모의 해외주식형 토털리턴(TR) ETF에서 자금이 이탈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TF는 거래소에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덱스펀드다.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며 수수료가 저렴해 각광받는 대표적 간접투자 상품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 ETF는 935개이며 순자산총액은 173조원으로 지난 한 해에만 52조원 늘었다. 주식형 ETF는 투자 지역에 따라 국내형과 해외형, 분배금을 어떻게 지급하느냐에 따라 PR(price return)형과 TR(total return)형으로 나뉜다. PR형은 배당 등 분배금을 즉시 지급하는 일반적 ETF이며 TR형은 분배금을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추구한다.
정부는 이제까지 국내든 해외든 TR ETF가 재투자하는 분배금에 대해선 PR ETF와 달리 배당소득세(15.4%)를 물리지 않고 과세를 이연해왔으나, 7월부터 해외 TR ETF에는 분배금 지급을 강제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 주식시장 침체를 감안해 국내 TR ETF에만 소득세를 면제해주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세제 형평성을 높이고 국내 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적을 감안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TR ETF는 소득세 부과 없이 재투자해야만 지수 움직임을 추종하는 것이 가능한 상품이다. 정부안대로 하면 해외 TR ETF는 명칭에 걸맞게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현재 S&P500이나 나스닥 등 미국 지수 추종 상품에 6조원이 투자돼 있는데 단번에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돈은 미국 현지 ETF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자산운용 분야 전문가들과 제도 개편 여파를 면밀히 따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장 수용성을 감안하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하는 정책은 제대로 된 정책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