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1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가 당원 투표로 무산되자 “대선 출마 결정 전후 제게 보내주신 응원과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승복 선언을 하고 대선 레이스 하차 의사를 밝혔다. 2일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9일 만에 불명예 퇴장을 당한 것이다.
‘9일몽’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한 전 총리가 출마를 저울질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작됐다. 과정 자체도 투명하지 못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직후 “차기 대선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해 놓고는 며칠 뒤부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국내 언론엔 한 번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지방 순회 등 대선주자급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그사이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되고 경선 최종 승자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됐지만 침묵을 이어가던 한 전 총리는 결국 공직 사퇴 시한에 맞춰 임기 단축 개헌을 내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신인’의 대선 도전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은 난항을 겪고, “왜 처음부터 입당해 경선을 치르지 않았느냐” “수능 건너뛰고 면접 보려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누군가로부터 자신으로의 단일화 약속을 믿고 출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전 총리 주변에선 한 전 총리가 한눈팔지 않고 통상 전문가로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주도하고 정부 교체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더라면 50년 공직 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망의 꿈이 9일 만에 민망하게 끝나면서 화려한 공직 이력에 오점만 남기게 됐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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