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어제 도쿄외환시장에서 장중 162엔대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플라자합의’ 1년 뒤인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연내 한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달러 강세가 이어진 탓이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G5 재무장관이 모여 달러 가치를 낮추고 엔, 마르크 등 주요 통화의 가치는 높이기로 한 합의다.
일본중앙은행(BOJ)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1%로 올렸지만, 엔화 약세 흐름을 멈춰 세우지 못했다. 엔화와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진 원화인 만큼, 원·달러 환율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어제 원·달러 환율은 1550원을 다시 뛰어넘었다.
미국·이란 전쟁에도 미국 경제는 올해 2%대 성장이 예상될 만큼 탄탄하다. 금리 인상 예고 외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다. 반면 일본은 기준금리를 올렸다고 해도 여전히 낮은 편이다.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어서 추가 금리 인상은 쉽지 않다. 적극적인 재정 지출로 인한 재정 악화 우려, 일본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에 뒤늦게 대응한다는 ‘비하인드 더 커브’ 논란 등도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저항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162엔이 뚫린 만큼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통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고 동조화하는 것은 양국이 처한 경제 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유가 상승이 환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했다는 것 등이 공통점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졌고 양국 정부 모두 돈 푸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환율 급등으로 가장 먼저 고통을 받는 건 서민과 중소기업인 만큼 구조적 요인을 다시 한번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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